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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속의 공기 같은 예술_김주희 작가와의 만남

기사승인 2019.03.19  14: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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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자작나무서 '선물' 제목의 일곱 번째 개인전 열어

   
김주희 작가는 삶 속의 모든 만남이 '선물'임을 알게 될 때 비로소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안을 수 있고,  세상에 대한 감사함도 알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김주희 작가)


며칠 동안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날들이었다. 갑자기 전국을 뒤덮어버린 먼지더미 속에서 마음이 몹시도 우울해지고 있었다. 평소 아무 생각 없이 마냥 누리기만 했던 맑은 공기가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비로소 온 몸으로 느끼는 날들이었다.

2월 20일부터 3월 9일까지 갤러리 자작나무(서울 사간동)에서 열린 김주희 작가의 일곱 번째 개인전이 열렸다. 평소 눈길 닿지 않는 소소한 일상의 대상들에 숨결을 불어넣고 이야기를 담아 표현하기를 좋아하는 그가, 지난 한 겨울 내내 홀로 작업실에서 보내며 담아내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10여 년간 7번의 개인전과 꾸준한 단체전을 비롯해 각종 아트페어에 출품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멈추지 않고 변화를 시도해온 그의 그림들을 죽 지켜보았던 터라 이번에는 또 어떤 변화를 이루었을지 궁금했다. 사진으로 받아 본 그의 그림들은 더 따뜻하고 더 고요하고, 더 넓고 평화로워진 듯 했다. 먼지로 인해 답답해졌던 가슴이 큰 숨을 쉬듯 편안해지며 딱히 이유를 댈 수 없는 잔잔한 감동이 일었다. 먼 도시의 다망한 일상 속에 전시기간 내 갤러리를 찾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작가에게 서면 인터뷰를 부탁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 ‘선물’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는지요?

김주희 : "저에게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이 있습니다. 보고 싶으나 만날 수 없었죠. 그걸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었지만 나의 몫이었습니다. 살면서 만났던 수많은 만남들을 떠올려보니 그 속엔 아픔도 슬픔도 미움도 사랑도 기쁨도 고마움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습니다. 모든 걸 인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순간 모든 만남이 감사한 선물임을 알게 됐어요. 삶에서의 모든 만남이 선물임을 안다면 지금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안아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타인도 진심으로 안을 수 있고, 세상에 대한 감사함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하고 싶어서’라고 어느 인터뷰에서 말하신 적이 있는데, 예술 활동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김주희 : "예술은 인간의 본성에 가장 가까이 닿아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논리나 이성이 아니라 느낌과 감성으로 사람들과 소통하지요. 때문에 예술가는 본능적으로 학습된 관념이나 관습, 정제되고 훈련된 논리와 이성을 넘어서 인간의 본성에 다가서려고 노력합니다. 때문에 시대나 공간을 초월해서 누구나 공감하고 감동받는 거겠지요. 제가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냥 이 작업을 좋아하고 사랑하기 때문이지만, 굳이 예술 활동의 이유를 생각해본다면 사람과 사람간의 그런 마음의 소통, 진심의 소통이 아닐까요?"
 

   
관람객에게 그림을 설명해 주고 있는 김주희 작가.


수학교사이면서 화가로서 작품 활동을 누구보다 활발하게 하고 계십니다. 두 가지를 모두 잘 해내는 특별한 비결이 있으시다면?

김주희 : "수학을 공부할 때면 완벽하게 짜인 우주의 질서와 소통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수학을 좋아하는데요, 무언가 궁극의 것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수학과 예술이 통하는 점이 있어요. 제가 10년 전 교원연수로 명상을 시작한 이후 꾸준히 명상을 하면서 마음을 비우게 되니까 수학과 미술이 참 닮아 있다는 것도 느끼고 더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예전엔 무언가 하고 싶고 이루고 싶다는 꿈이 욕심이 되고 짐이 돼서 항상 무거웠는데, 지금은 그런 마음 없이 그냥 하니까 다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 작품들 중에서 ‘그대 품안에’라는 제목의 연작이 유독 눈에 띕니다. 산과 바다, 들판, 하늘 등의 자연을 작가만의 특별한 감성으로 표현해내신 것 같습니다. 작품 속의 ‘그대’란 누구를 의미하는지요?

김주희 : "제 이야기 속의 ‘그대’는 세상이지만 감상하시는 분들의 이야기 속에서 사랑하는 대상으로 이입되어도 상관없겠지요. 누구나 다다르고 싶은 대상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가장 간절히 사랑하고 보고 싶고 다가가고 싶은 존재, 또는 삶이 추구하는 가치일 수도 있겠지요. 첫 번째 개인전 제목이 ‘그를 만나다’였는데, 그때도 ‘그’가 누구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당시에도 같은 대답을 했었지요, 다만 그때는 나와 ‘그’가 분리됨으로 인해 진정한 소통이 어려운 상태를 이야기하고자 했다면 이번에는 나와 분리된 그 대상에게 도달해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대 품 안에' 연작


작품들을 처음 접했을 때 받았던 막연한 감동의 이유가 그의 이야기를 통해 한층 선명하게 다가왔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고 표현할 그리움이 그의 내면에서 더욱 커지고 성숙해진 것 같았다. 그는 그림을 사랑하는 만큼 교사로서의 직업도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림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따뜻함을 이야기하고 싶듯이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도 마음에 따뜻함을 심어주고 싶다고 했다. 그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 때 스스로를 사랑하고 세상을 모두 껴안을 수 따뜻하고 큰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한다.

거창한 서사를 들려주기보다는 다정한 친구에게 속삭이듯, 바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라고 이야기해주는 그의 그림들이 문득 삶 속의 맑은 공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진옥(편집위원) webmaster@ihumancom.net

<저작권자 © 전인교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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